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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진로상담교사 오경숙 (시사제주)

작성일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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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동프엉 초등학교를 찾아 '한복 입어보기' 봉사활동 체험에 나선 모습



참여광장
제주청소년과 해외진로체험을 다녀오고 나서
[기고]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진로상담교사 오경숙
데스크승인 2017.10.26  14:20:35 시사제주 | sisajeju@sisajeju.com  

지난 10월16일, 나는 제주도내 특성화고 학생 17명과 청소년 지도사, 국제협력 전문가 등 관련분야 인솔자들과 함께 7박 8일간의 일정으로 베트남 하노이로 향했다. 사단법인 해피트리(이사장 고시오)가 주관, JDC가 주최하고 글로벌이너피스(대표 고은경)가 협력하여 마련된 “2017 제주 특성화고 미래인재 육성 프로그램-세상을 품은 제주 청소년”의 일환으로, 해외현장에서 직접 진로체험을 하면서 더 큰 꿈과 포부를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진로상담교사인 나는 매일 저녁 학생들과 함께하는 워크숍 담당자로 동행하게 되었다.

베트남으로 출발하는 날은 정말 긴장이 많이 되었다. 흔치않은 기회를 제공받은 특성화고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활동을 제공하며 그날그날 소감문 발표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가 의도했던 워크숍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고 다양한 발표와 경청을 통해서 소통.공감 능력을 신장시키는 것이었다. 이미 학교현장에서도 교과서 중심의 지적 영역 위주 평가에서 벗어나 교육과정 중심의 종합적이고 전인적인 평가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에 이 아이들에게도 지적 영역만이 아닌 사회적 적응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활동을 제공하고 싶었다.

베트남에서의 첫 날, 우리는 프랑스 셰프가 운영하는 O’Douceurs를 방문했다. O’Douceurs는 현지인들에게 이색적인 베이커리 카페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프랑스인 셰프로서 베트남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인터뷰 하던 중, 서귀산과고 1학년 학생이 특성화고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이 묻어있는 질문을 던졌다. ‘대학에 진학해야 창업지식을 더 많이 쌓을 수 있으니 고졸 취업보다 대학졸업 후 취업 혹은 창업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셰프는 ‘창업은 이론적인 지식보다 다양한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답변을 했고, 질문을 했던 학생은 늘 고민이었던 ‘선취업 후진학’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고 워크숍 시간을 통해 발표하며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는 뿌듯한 경험을 했다.

하루는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기’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먼저 그날 방문했던 현장들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고 글로벌 인재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을 조별로 나눈 후 ‘글로벌 인재는 무엇이다’라는 정의 내리기 활동을 했다. 내가 속한 조의 한 학생(한림공고 1)은, “오늘의 활동은 한마디로 힐링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후 자격증을 위한 필기시험 준비와 함께 기능반 활동을 하면서 지치고 피곤했던 생활에서 벗어나 이렇게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된 것은 신체적인 힐링이고, 베트남에서 만난 분들을 통해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적인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인재’는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배우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고, 발전이 없다면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발표를 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깊이 있는 내용에 정말 뿌듯했다.

매일매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체험하면서 아이들은 날이 갈수록 더 성숙한 자세로 강의를 듣고 자신의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을 하고 있었고, 저녁 워크숍 시간에는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소감문을 발표하곤 했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교사로서, 우리 제주 청소년들의 모습이 참 자랑스러웠고 이 프로그램을 주관한 해피트리와 글로벌이너피스 관계자분들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해피트리는 2년 여 간 까다로운 절차를 밟으며 동푸앙초등학교 도서관 건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던 중, 이번에 베트남 청소년들과의 문화교류를 위해 동푸앙초등학교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전교생 63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운동회와 비슷한 행사를 치르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우리가 준비해 간 활동보다 동푸앙초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준비한 공연작품들이 너무 화려하고 멋져서 뜨거운 감격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한림공고 학생은 ‘스타가 된 기분’이라며 이들의 환대에 자존감이 높아지는 경험을 소감문으로 말하기도 하였다. 중문고 학생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나를 배려해주려는 눈빛과 미소로 소통할 수 있음에 감격했다고 소감을 말하기도 하였다. 또한 동푸앙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장차 베트남 각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여 한국과 협력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얼마나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나라를 바라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이 행사에 참가한 양국의 청소년들이 너무 귀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이번 베트남 방문일정 중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하노이키즈’와의 만남이었다. ‘하노이키즈는’하노이 소재 대학생들로 구성된 해외봉사 동아리로서 2013년 유엔봉사단체상을 수상할 만큼 그 실력과 프라이드가 강한 단체다. 각 조별로 하노이키즈 대학생 2명과 동행하며 2시간 가량 푸드투어를 진행했는데, 우리 학생들은 서툰 영어에도 불구하고 손짓과 몸짓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하노이키즈 대학생들과 너무나도 즐겁게 소통을 하는 센스와 용기를 보여주었다. 그 중 뷰티고 1학년이었던 한 학생은 하노이키즈 언니에게서 베트남에는 미용학원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나는 열정과 도전으로 코이카 단원이 되어서 베트남에 진출해 청소년들을 위한 미용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겠다’는 비전선언문을 그날 저녁 워크숍에서 당차게 발표했다.

하노이키즈와의 2차 만남에서는 박물관 투어를 했다. 영어로 소통하는게 쉽진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호감이 있었기 때문에 단어 하나만 들려도 까르르 함께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다양한 현장체험활동의 소중함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어진 세미나에서는 양국의 문화 소개 및 발표 토론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우리 제주청소년들이 조별로 준비해간 세계자연유산 제주, 문화유산(해녀), 제주사투리 등에 대한 자료를 영어로 발표했던 경험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자긍심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줬다. 외국어 공부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일이든 기죽지 않고 당차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걱정과 긴장이 앞섰던 7박8일간의 동행. 비록 짧은 해외체험 기간이었지만 하루하루 성장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바라보면서 느낀 점이 많다. 제주 섬의 한계를 벗어나 제주 청소년들이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며 글로벌 인재를 꿈꿀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또 그 프로그램들을 많은 청소년들이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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